지방은 오랫동안 비만과 각종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에 지방에 대한 세상의 생각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지방은 껄끄럽고 내 몸을 아프게만 만들 것 같다. 고기의 지방덩어리를 보거나 버터가 가득한 음식을 보면 과연 먹어도 되는 것인지 조심스럽다. 이런 생각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전반적인 세상의 관점이다.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의 책을 읽고 의사 선생님께 지방에 대해서 좋게 얘기했다가 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꺼낸 거짓말일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여러 찬반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지방의 입장에서 좋게 얘기해 보고자 한다.
포화지방 섭취는 필요하다
2015년 8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저널 중 하나인 <영국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열두 편의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포화지방의 섭취는 총 사망률, 관상동맥질환 사망률, 당뇨병의 위험성과 관련이 없었지만 트랜스지방의 섭취는 총 사망률의 위험성을 34%,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의 위험성을 18%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포화지방이 혈관질환이나 대사질환의 주범이라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저탄수화물 식단이 저지방 식단보다 체중감소에 효과적이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화지방 섭취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세포막이 지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포 안의 지방은 세포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필요하며 저지방 식이는 별로 건강한 식이요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지방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도와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방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특히 혈관질환의 주범이라는 이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심장마비의 주범 지방?
1969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으로 전쟁 영웅이자 성공적인 대통령이었기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심장병의 공포가 휘몰아칠 무렵, 보건학자 안셀 키즈가 심장질환의 근원을 대대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전부터 심장병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었고 사업가 283명을 5년마다 검사해서 고혈압이 있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쉽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번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사망 이후 연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이탈리아, 잉글랜드, 웨일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등 7개국으로 확장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몸의 어떠한 증상과 현상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지를 말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어떤 연유로 심장마비가 발생하지는 발표했고 심장질환의 주범으로 포화지방을 지목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만 취합하고 나머지 15개국의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이 누락된 데이터까지 취합하면 그의 연구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
미국 식생활 위원회는 안셀 키즈의 잘못된 논문을 근거로 1980년에 저지방 식단을 권장 식단으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복합 탄수화물과 천연 당분의 섭취는 현재 28%에서 48%까지 늘리고 지방의 섭취량은 현재 40%에서 30%까지 줄일 것, 그리고 포화지방을 총 섭취 열량의 10%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지방 섭취량을 줄이니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하고 포화지방을 적대시해 포화지방 대신 탄수화물과 식물성 지방이 그 자리를 채웠다. 지방이 적은 음식을 만들고 마케팅하기 시작하면서 식품산업은 번창했고 가공식품도 더 늘어났다. 지방을 제거함으로써 사라진 맛을 설탕으로 채워 넣었다.
미국에서 저지방 식단이 발표된 1980년 이후부터 비만 환자의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비만 환자가 늘어나면서 당뇨 환자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으라고 30~40년 동안 권장해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뚱뚱해지고 당뇨에 걸리게 되었다.
지방에 대한 다른 관점
2015년은 지방에 대한 누명이 공식적으로 벗겨지기 시작한 해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미국 당뇨병 학회가 대규모 연구자금을 지원해 저지방 다이어트가 다른 다이어트에 비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를 했다. 2015년 발표된 연구에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식단이 저지방 다이어트 식단에 비해 체중감량 효과가 월등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때부터 버터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의 최고 영양 관련 자문기구인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가 권고안에서 콜레스테롤의 유해성 경고를 삭제했다. DGAC는 콜레스테롤은 과잉섭취를 걱정할 영양소가 아니며 식이성 콜레스테롤 섭취와 혈중 콜레스테롤 사이에 뚜렷한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 전에 300mg으로 제한하던 콜레스테롤 섭취량의 제한을 없애고 먹는 콜레스테롤과 우리 몸에 있는 콜레스테롤은 다르다고 표명했다. 더불어 지방 섭취의 제한도 다소 풀었다. 물론 포화지방에 대한 확실한 규제를 푼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저지방을 권유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포화지방은 몸에 이롭고 트랜스지방은 몸에 유해하다는 것은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이자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포화지방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견이 없이 애매한 관점을 보이고 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저탄수화물 식단에서만큼은 포화지방 섭취가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좋은 지방은 유익하다
영국에서도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식습관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국가비만포럼이 이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논쟁이 심화됐다. 국가비만포럼이 내놓은 보고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지방을 섭취한다고 해서 뚱뚱해지지 않는다
- 저지방이 아닌 어유, 요구르트, 치즈 등 일반 유제품은 심장병발병과 관련이 없다
- 저지방과 라이트, 저콜레스테롤 등의 표기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 2형 당뇨를 막으려면 지방이 아니라 고탄수화물 식품을 제한해야 한다.
- 칼로리 계산을 멈추고 대신 운동해야 한다.
- 자연 상태가 아닌 산업적으로 생산된 오일은 피해야 한다.
지방을 먹는다고 뚱뚱해지지 않으니 고기와 생선, 유제품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이 보고서의 핵심은 좋은 지방은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끝없는 논란
하지만 공중보건국에서는 이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지방은 비만을 유발하며 칼로리 관리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는 수천 개가 있는 반면 국가비만포럼의 보고서가 인용한 것은 43개 연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비만포럼에서는 공중보건국이 식품업체와 결탁해서 저지방 식단의 지침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많은 수의 공중보건국 직원들이 식품업계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크푸드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이라고 마케팅하는 음식이나 심장에 좋다는 음식을 피하라고 권했다 몸에 좋은 음식은 굳이 광고를 하지 않는다가 그들의 주장이다. 지방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참고서적 :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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